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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대의 진실 (현장 감식, 지문 채취, 변사 사건)

by oboemoon 2026. 3. 4.

범죄 뉴스를 볼 때마다 "범인 검거"라는 결과만 보게 되지 않나요? 저는 이 다큐를 보기 전까지 그 뒤에 몇 시간씩 현장을 뒤지고, 악취가 진동하는 곳에서 묵묵히 증거를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루 평균 4,300여 건의 사건이 발생하는 대한민국에서, 그중 330건에 과학수사대가 직접 출동한다고 합니다. 365일 24시간 긴장 속에서 일하는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니, 영화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오히려 지독하게 지난한 과정의 연속이더군요.

현장 감식, 영화와는 전혀 다른 현실

지문 채취가 자동으로 '띠링' 하고 끝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선명하지 않은 지문에서 특징점을 찾기 위해 몇 시간씩 헤어드라이어와 다리미까지 동원한다고 합니다. 월계동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절도 미수 사건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범인이 계산대를 열려다 실패하고 도주한 상황이었는데, 대원들은 계산대에서 지문을 채취하고 유전자 감식을 위해 시료를 확보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평소 계산대를 만진 업주들의 유전자도 함께 채취해서 배제 작업을 한다는 점입니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 저는 좀 놀랐습니다. 현장 보존이 빠를수록 검거 확률이 높아진다는 건 알았지만, 그 '보존'이 이렇게 세밀한 작업인 줄은 몰랐거든요. 게다가 출동이 없으면 몇 시간이고 대기해야 하는 상황도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허준영 대원도 몸을 쓰는 일만큼 머리를 쓰는 일도 힘들다고 말했는데, 그 말이 과장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일치 지문이 나오는 순간이 가장 짜릿하다고는 하지만, 그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집중력을 쏟아야 하는지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화재 현장 감식도 비슷합니다. 주택 화재 현장에서는 화재감식팀이 합동 수사를 벌이는데, 간이 유증 검사로 인화성 물질 여부를 확인하고 주방을 중심으로 발화 지점을 찾아냅니다. 소독기 부근이 발화원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3시간 넘게 감식을 진행한 뒤에야 증거물을 수거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이런 과정 하나하나가 쌓여서 결국 '범인 검거'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건데, 저희는 그 결과만 보고 있었던 겁니다.

변사 사건, 감정을 누르고 진실을 찾는 사람들

변사 현장은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부패가 진행된 시신이 다세대 주택에서 발견됐을 때, 방호복을 착용한 채 감식이 진행됩니다. 검시 조사관은 육안으로 자살과 타살 여부를 판단하고 부검 필요성을 검토하는데, 사인은 부패가 심해 부검을 통해 밝혀야 한다고 합니다. 감식 후에는 옷에 밴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세탁부터 해야 하고, 이후 보고서를 작성하며 사망 원인과 현장 상황의 일치 여부를 분석합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검시 조사관이 변사자의 손을 잡고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는 대목이었습니다.

자살한 이에게는 고생했다고 말하고, 살인 피해자에게는 범인을 잡겠다고 다짐한다고 합니다. 차갑게만 느껴질 수 있는 과학수사가 사실은 인간에 대한 책임감 위에 서 있다는 걸 이 장면에서 확실히 느꼈습니다.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하는 것이 사명이라는 말, 그게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실천되고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번화가에서의 추락 사망 사건에서도 지문 채취로 신원을 확인하고, 옥상에서의 손·발 흔적과 CCTV를 통해 외부 개입이 없음을 파악했습니다. 유서도 발견됐고, 시신은 병원으로 옮겨져 유족이 마지막 얼굴을 확인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업무를 24시간 체제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 과연 지속 가능한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막내 대원은 아직도 출동 벨소리가 무섭고, 옷장을 열다 놀라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려 애쓴다고 하더군요. 마약 의심 주사기가 발견된 현장에서도, 보이스피싱 중계기가 확보된 실험실에서도, 그들은 묵묵히 증거를 수집하고 분석합니다. 코로나 이후 자영업자 등 경제적 약자를 노린 범죄가 늘었다는 말도 나오는데, 그 범죄 하나하나를 추적하고 총책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저희는 결과로만 안전을 체감하지만 그 이면의 노동과 희생에 대해서는 너무 무심했던 건 아닐까 하는 점입니다. 범죄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과학수사대는 말합니다. "넌 반드시 잡힌다." 영화 속 화려한 주인공은 없지만, 보이지 않는 현장에서 묵묵히 증거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밝혀낸 진실 하나하나가 세상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는 걸, 저는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개인의 사명감에 기대기보다는 그들의 심리적·제도적 지원이 더 강화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이 시스템이 오래 지속될 수 있을 테니까요.

 

참고: https://youtu.be/E9Z5Pmf0oFY?si=_Mg3vI_5ImJXwd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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