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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와 토종 꿀 (탄소동위원소비, HMF, 전화당)

by oboemoon 2026. 7. 21.

겨울마다 목이 따갑고 기침이 나면 저는 습관처럼 꿀을 찾았습니다. 따뜻한 물에 꿀 한 숟가락을 타서 천천히 마시면 목이 부드러워지는 느낌이 있어서였는데, 그러면서도 제가 사는 꿀이 정말 좋은 꿀인지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국산 꿀", "지리산 토종꿀"이라는 문구만 보고 그냥 믿었던 겁니다. 그런데 최근에 꿀의 품질을 판단하는 과학적인 기준들을 접하고 나서, 지금까지 제가 얼마나 막연하게 꿀을 골라왔는지 새삼 실감했습니다.

토종꿀과 감기
꿀이 흐르는 모습

겨울 기침에 꿀물을 찾게 된 이유

밤에 기침 때문에 잠을 설치다가 따뜻한 꿀물 한 잔을 마시고 나서 목이 좀 가라앉는 경험, 저만 있는 건 아닐 겁니다. 그때 느낀 건 단순히 달콤함 때문만은 아니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꿀에는 아미노산, 비타민, 무기질 같은 성분이 함유되어 있고, 한의학에서는 이를 '백밀'이라 부르며 기관지를 촉촉하게 하고 위장 기능을 돕는 식품으로 오랫동안 활용해 왔습니다.

실제로 영국의학저널(BMJ)에 게재된 옥스퍼드대학교 의대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꿀이 일반 감기약보다 기침 및 상기도 감염 증상 완화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습니다(출처: BMJ). 또한 농촌진흥청과 한국한의학연구원의 공동 연구에서는 토종꿀을 세포에 적용했을 때 독감 바이러스 감염 억제 효과가 확인됐다는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농촌진흥청).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꿀이 기침 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는 있지만, 이걸 모든 질병을 해결하는 만능 식품처럼 받아들이는 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꿀물이 목의 불편함을 줄여주는 데는 분명 효과가 있었지만, 그게 감기를 빠르게 낫게 해줬다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증상을 버티는 데 도움을 주는 정도였고, 약을 대신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탄소동위원소비, HMF… 꿀에도 성적표가 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꿀에도 이렇게 구체적인 품질 검사 기준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좋은 토종꿀을 고를 때 확인해야 할 핵심 수치는 다음 네 가지입니다.

  • 탄소동위원소비: -23.5‰ 이하일 것 (수치가 낮을수록 천연꿀)
  • HMF(하이드록시메틸푸르푸랄): 80mg/kg 이하, 낮을수록 신선
  • 전화당 비율: 60% 이상 (식약처 기준)
  • 수분 함량: 20% 이하 (낮을수록 숙성도 높음)

먼저 탄소동위원소비(Carbon Isotope Ratio)란 꿀 속에 포함된 탄수화물의 탄소 원자 비율을 측정해서 그 꿀이 천연 꽃꿀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설탕이나 사탕수수 같은 외부 당류가 섞인 사양꿀인지를 판별하는 검사입니다. 설탕이나 물엿을 주원료로 한 사양꿀은 -10에서 -20‰ 사이로 나타나는 반면, 천연꿀은 -23.5‰보다 낮게 측정됩니다. 제가 지금까지 사 먹던 꿀 용기를 뒤집어 봤는데, 이 수치가 적혀 있는 제품이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게 더 충격이었습니다.

다음으로 HMF(Hydroxymethylfurfural)란 꿀이 열에 의해 손상된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벌꿀은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적절한 열처리가 필요하지만, 과도하게 가열하면 꿀 안의 효소가 파괴되면서 HMF 수치가 올라갑니다. 기준치는 80mg/kg이며, 수치가 낮을수록 신선하고 효소가 잘 살아 있는 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화당(Invert Sugar)이란 벌들이 꽃꿀을 수집한 뒤 자신의 효소를 이용해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한 당을 말합니다. 이 숙성 과정이 충분히 이루어진 꿀일수록 전화당 비율이 높게 나타나며, 식약처 기준으로는 60% 이상이어야 합니다. 수분 함량이 낮은 것도 같은 맥락인데, 벌이 꿀을 충분히 숙성시켜 수분을 날린 뒤 밀봉했다는 뜻이므로 20% 이하를 기준으로 봅니다.

"국산 꿀이면 됐지"라는 생각이 바뀐 순간

제가 직접 써봤는데, 라는 말을 꿀에 붙이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이 수치들을 확인하고 산 꿀과 그냥 산 꿀을 맛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이번에 이 기준들을 알고 나서 생각이 바뀐 건 사실입니다. 막연히 "비싸면 좋겠지"가 아니라, 실제로 시험 성적서에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꿀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꿀 등급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산 천연꿀을 대상으로 1+ 등급, 1등급, 2등급으로 나누는 제도인데, 이 기준을 잘 모르겠다 싶으면 1+ 등급 꿀을 선택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한 가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좋은 꿀을 고르는 기준을 알려주는 콘텐츠들이 후반부에서 특정 브랜드로 연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부분은 저도 조금 걸립니다. 소비자에게 정보를 주는 것과 특정 제품을 추천하는 것은 결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정보는 정보로, 제품은 제품으로 분리해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제가 이번에 가져간 건 하나입니다. 꿀을 살 때 탄소동위원소비, HMF, 전화당, 수분 함량 이 네 가지 수치가 공개되어 있는 제품을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겨울마다 찾게 되는 꿀 한 병, 조금 더 따져보고 사도 늦지 않습니다. 내가 먹는 음식인데, 그 정도 수고는 충분히 가치 있습니다.

 

참고: https://youtu.be/NQ15gb4bmZc?si=qIdHsg0_KCWgiJ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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