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함은 누구나 겪는 일상이지만, 유독 만성적으로 이어지는 피로는 우리 몸 어딘가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피로하면 자연스럽게 '간이 나빠졌나?'라는 생각을 떠올리거나 요즘 사람들에게서 관심이 많은 혈당스파이크와 관련이 있나?라고들 생각하기도 하죠. 건강검진에서도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간 수치(AST, ALT 등) 일 정도로, 간 건강과 피로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그런데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가 모두 정상인데도 여전히 피로감이 심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경우, 과연 피곤함은 간 때문일까요?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간 수치가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피로를 느끼는 이유를 세 가지 측면에서 자세히 살펴봅니다.
수면 질 저하, 회복되지 않는 피로의 주범
간 수치가 정상이라면,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수면입니다. 수면 부족이 아니라, '수면의 질'이 낮은 것이 문제일 수 있습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잠들기 전까지 사용하는 습관 때문에 수면 시작이 늦어지고, 수면의 깊이도 얕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6~7시간의 수면을 취했다고 해서 몸이 회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깊은 수면(렘수면과 논렘수면의 균형)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체내 세포 회복과 호르몬 분비가 원활해지며, 이 과정이 부족하면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직장인, 수험생, 영유아를 돌보는 부모 등은 야간에 자주 깨거나, 수면 중에도 스트레스를 떠안고 자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수면 시간 대비 피로도가 높습니다. 이런 경우는 간 수치와는 무관하게 전신 피로가 지속되며, 낮에도 졸리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증상을 겪게 됩니다.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와도 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피로는 계속됩니다. 따라서 본인의 수면 습관을 되돌아보고, 필요하다면 수면 클리닉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호르몬 불균형, 특히 갑상선 기능 저하증 의심
두 번째로 주목해야 할 원인은 호르몬의 문제입니다. 특히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간 수치가 정상이더라도 만성 피로감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내분비 질환입니다. 갑상선 호르몬은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호르몬이 부족하면 에너지 생성이 원활하지 않아 항상 나른하고 무기력한 상태가 됩니다. 눈이 자꾸 감기고, 식욕은 줄지 않는데 체중은 늘며, 추위에도 민감해지는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반드시 혈액검사를 통해 갑상선 수치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여성의 경우 생리 주기 변화, 폐경 초기 등으로 인한 여성호르몬의 변화도 피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남성도 40대 이후 남성호르몬 감소로 인한 갱년기 증상을 겪을 수 있으며, 이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되는 피로 원인입니다. 간 수치만을 기준으로 건강을 판단하기보다는, 피로 증상이 지속되면 갑상선 검사, 호르몬 검사 등 더 정밀한 내과 진료가 필요합니다. 단순한 과로나 스트레스로 여길 것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신호를 정확히 해석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정신적 피로와 만성 스트레스, 피로의 근본 원인
육체적인 피로만큼이나 현대인에게 흔한 것이 정신적 피로입니다. 업무 스트레스, 인간관계 갈등, 불안, 우울 등 심리적인 요인은 실제 간 수치와 상관없이 심각한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부신피질에서 코르티솔이 과도하게 분비되는데, 이는 일시적으로 각성 상태를 유지시켜주는 대신 장기적으로는 몸을 지치게 만들고 면역력을 떨어뜨립니다. 또한, 과도한 스트레스는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위장 장애나 두통, 근육통 같은 다양한 신체 증상으로 연결됩니다. 이 때문에 간 수치가 정상이라 하더라도 피로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피곤한데 잠은 안 오고’, ‘일은 많은데 의욕은 없고’라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이는 단순 피로가 아니라 정신적인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충분한 휴식과 함께 취미 활동, 명상, 운동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심할 경우 심리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정신적 피로는 외부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본인조차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몸이 정상이더라도 마음이 지쳐 있으면 에너지가 생기지 않고 피곤함이 계속되기 때문에, 이런 경우엔 간 수치보다는 정신적인 상태를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 간 수치 정상이어도 피로는 당신의 몸이 보내는 경고입니다
건강검진 결과 간 수치가 정상이라고 해서 피로함을 무시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수면의 질 저하, 호르몬 불균형, 정신적 스트레스 등은 모두 간 수치와 별개로 만성적인 피로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들입니다. 피로는 몸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 전체의 문제일 수 있으며, 이는 나의 생활습관, 정신 상태, 수면 환경 등 다각도로 살펴봐야만 정확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만성 피로가 지속된다면 무조건 간을 탓하기보다는, 보다 넓은 시야로 원인을 분석하고 필요한 검진과 조치를 취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오늘 느끼는 피로는 당신 몸이 보내는 작지만 중요한 메시지일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그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진지하게 들어보세요.